유럽패션 박람회 둘러본 그룹 인터뷰 매일신문1997-03-19
파리.밀라노.런던은 세계 패션의 바퀴를 돌리는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최근 미국.일본 패션이세계 패션의 일부를 나눠 갖는 위치로 부상하고 있으나 아직 유럽 패션이 지구촌을 지배한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역 패션계를 이끄는 3대 디자이너 박동준.최복호.김선자씨가 파리국제여성기성복박람회(=프레타포르테, 1월24~27일), 파리원단전시회(=프리미에르 비종, 3월7~10일), 밀라노 원단.액세서리.부자재전시회(=모다인, 3월3~5일), 밀라노여성복전시회(=모디트, 2월28일~3월4일), 런던컬렉션(2월24~27일)을 잇따라 참관, 선진 패션 정보와 영감을 듬뿍 안고 돌아왔다.97~98 패션계의 동향과 지역 직물 패션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본다.
-패션이야말로 그 시대상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유럽 패션의 흐름은 어떻습니까.
▲최-다음 시즌의 기성복을 가장 빨리 보여주는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는 자연소재인 내추럴보다합성섬유가 상당히 뜨고 있었습니다. 합성중에도 울과 폴리에스테르를 접목하거나 문양과 문양을코디한 것등을 통해 새로운 소재를 지향하는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린.연두.노랑.보라색이 뜨고있었습니다.
▲박-패션시장은 이제 소재싸움이죠. 작년에는 자연소재인 마.리넨을 많이 입었고, 스트레치원단도 여전히 강세를 띨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가장 뜨는 디자이너 프라다(이탈리아)의 경우 동양적인 무늬를 즐기고, 알렉산더 맥킨(영국)도 중국풍의 용무늬나 나무가지 끝에 꽃이 핀 프린트 소재를 즐깁니다. 투톤컬러, 오묘하게 보이는 소재가 내년에도 유행할 것입니다.
▲김-유럽패션계의 98년 봄/여름 패션테마는 도시속의 즐거움, 자연과 문화를 위하여, 로맨틱을찾아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가 강요하는 형식을 거부하고 보다 철학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문화를 열망하며, 우리가 간직한 정신적 자유의 다양한 감성으로서 서로 다른 시대를 오가는로맨티시즘을 표현하는 것이죠.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세계 패션의 정보는 강한곳에서 약한 곳으로, 선진화된 곳에서 뒤떨어진 곳으로 흐르게 마련인데 새로운 흐름이라면.
▲박-유럽 패션계에는 과거에 보지못한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전통을 고수하며 잘된 원단과 정확한 바느질로 최고 브랜드라고 인정받는 유수디자이너들의 옷이 늙어보인다는 것이지요.모든 것이 파괴되는 시대에 옷에 대한 도덕성만 고집해서는 내가 고객이라도 사지않겠지요. 이는입센 로랑, 지방시의 얘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문제이지요. 일부 디자이너들은 보다 싸고 파격적인 스타일의 서브브랜드 개발, 새로운 고객층 흡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더군요.▲최-세계 각국의 기성복업체 1천여개사가 참가한 프레타포르테에서 젊은 디자이너그룹인 심상보(상보) 박은경(매드믹스) 이경원(아가시) 김해련씨(아드리안느)가 출품, 한국 패션의 경쟁력을 인증받았습니다. 한국적인 요소가 다분하면서도 튀지 않고 유러피안 스타일을 잘 구사했다고 봐야지요.
▲박-패션선진국들은 자국 출신의 패션스타를 만드는데 혈안이 돼있습니다.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고, 한명의 스타가 파생시키는 반사이익이 엄청나다는 것이지요. 영국에 비비안 웨스트우드.알렉산더 맥킨.오엔 가스타.존 갈리아노, 일본의 요지 야마모도.꼼 데 가르송.겐조.이세미야케.히루고고시노, 미국의 캘빈 클라인등이 대표적이지요. 이태리 디자이너로 가장 뜨는 프라다의 경우 일본인 한국 관광객들이 몇시간씩 기다려서 구두나 가방을 사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프라다가하도 뜨니까 파리 오트 쿠튀르(맞춤) 거리인 몽테뉴 에비뉴에도 프라다 매장을 입점시킬 준비를하더군요.
▲김-약 15년의 역사를 지닌 모다인은 80%% 이상이 이태리 업체이며 세계적인 불경기의 영향으로 전시회 자체 규모가 축소된 감이 들었습니다. 밀라노벤데모다는 의류완제품 전시회를 일반적으로 소재는 1년, 제품은 6개월 앞서서 선보입니다. 98년 소재로는 리넨이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밀라노 옷전시회는 쇼는 없고 전시를 통해 주문만 받을 수 있도록 했더군요.▲김-콜렉션이 대목이어서 밀라노에서는 일요일에도 문을 다 여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고급이라는 구찌, 프라다도 다 문을 열고 몬타나 폴레오네 등 고급부티크 들도 다 비즈니스에 열을 올렸습니다. 우리처럼 일요일에는 무조건 쉰다는 안일함은 통하지 않습니다. 이태리 남성들은 흰 와이셔츠 대신 잉크빛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옐로가 유행색상으로 제시되자 모든 의상실이 노랑장식을 할 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일부 디자이너들이 완제품을 수입한다는 설에 대해 얘기해주시고, 런던 패션에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박-무스탕등 일부 바느질하기가 어려운 제품을 일부 하청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런던은 파리나 밀라노에 비해 장사는 못하지만 세계의상의 뿌리를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트래디셔널한 패션과 젊고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양극이 존재하기에 런던패션이 주목받는 거죠.런던에서는 자연사박물관 같은 곳에서 패션쇼를 개최합니다. 대구 컬렉션도 대구박물관 같은 곳에서 개최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원단전시회인 프리미에르비종에서는 코튼 리넨 실크 등 천연소재가 부각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99년 원단까지 개발, 수주에 열을 올렸는데 온가족이 동원돼 한점이라도 더 주문을 따내려고 점심도 샌드위치로 때우면서 매달립니다. 고부가가치를 지닌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사활을 걸고있습니다. 우리도 컬렉션만 할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높이 사주고,또 프리랜서들의 독특한 텍스타일디자인을 살 수 있도록 섬유구조개선산업이 바뀌어야합니다. 경기탓인지 올해 프리미에르 비종 국내입장객은 지난해보다 15%%나 줄었습니다만 불경기일수록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기회를 포착하려는 정신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박-현대패션은 소비자와의 교감에 성패가 달렸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잘못된 패션정보를갖고 있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유럽의 대중적인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로 둔갑하는 사례가 적지않습니다. 실제로 서구에서 인기가 폭락한 모 브랜드가 국내 모백화점에서 월 56억원의 매상을올리는 기현상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선진 패션계를 돌아본 뒤의 결심으로 마무리해 주십시오.
▲김-이제는 대구시도 일년에 몇차례씩 패션쇼만 할 것이 아니라 선진 패션계에 대한 참관을 통해 시장조사를 해야합니다. 직물업계 오너, 텍스타일 디자이너등 여러 관계자들이 원단전시회에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박-패션을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처럼 대기업들이 패션연구소를 많이 만들고, 디자이너와 직물업체가 새로운 소재 개발에 협력, 창의성이 깃든 소재를 개발해야 국내 패션과 직물업계가 함께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최-이제 독특한 색상과 감성을 지닌 한국디자인은 유럽시장에 도전장을 내볼만하다고 봅니다.대구 섬유업계와 연관, 소재의 차별화를 기하고 인터넷홈쇼핑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도 구상중입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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