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산업의 역사와 사람들을 기억하다.
월간 대구문화 2022-08-23
글|신은이 대구광역시 학예연구사
박동준, 김선자 디자이너 작품 전시 장면
권미정 씨 기증 유물 전시 / 대구섬유박물관 전경
대구시 동구에는 2015년 개관한 ‘섬유 도시 대구’의 역사를 기억하고 간직하는 대구섬유박물관(동구 팔공로 227)이 있다. 박물관은 섬유도시 대구의 산업 문화, 섬유 패션의 역사를 전시한다. 우선 2층 패션관은 서양 복식이 도입된 1900년대부터 현대까지 복식문화를, 3층 산업관은 전통 방식에서 현대 섬유기계와 소재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4층 미래관은 첨단섬유 소재와 섬유산업의 발전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구섬유박물관 1층에서는 오는 10월 16일까지 ‘기억 보관함’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열린다. 섬유로 경제성장을 꿈꾸다, 그 시절 맞춤복의 시대, 남아있어 더 큰 행복, 기증, 비움이 채워주는 가치라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대구섬유박물관에 기증된 유물과 함께 기증한 사람들의 추억을 다양한 연출 방식으로 선보여 관람객들의 흥미를 끈다. 상설전시가 ‘섬유산업의 발전’이라는 산업사적 요소를 중점 콘텐츠로 활용하였다면, 현재 전시 중인 특별전은 ‘섬유패션 그리고 사람’이라는 생활사적 요소가 강조되었다.
대구섬유박물관 유물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각종 섬유기계와 다양한 시대별 의상 작품이다. ‘어머니의 큰 가르침’이라는 공간에는 권미정 씨가 기증한 재봉틀, 명찰, 자, 바느질 세트 그리고 기증자의 추억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특히 재봉틀은 지금도 비단 한복을 재봉할 수 있을 만큼 관리보전이 잘 되어 보였다.
전시유물 중에는 대구 출신 유명 패션 디자이너 김선자, 박동준의 작품도 있다. 김선자 디자이너(1947~2008)는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1971년 시청 부근 동문동에 ‘미스김테일러’라는 자기 브랜드를 내걸고 디자이너로 활동하였다. 그는 2000년 뉴욕 콜렉션에서 현지 언론으로부터 ‘드레스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한편, 디자이너 박동준(1951~2019)은 1951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1972년 자신의 브랜드 ‘코코박동준’을 오픈하였다. 그는 1973년부터 41년간 수많은 개인전 및 기획전에 참여하였고, 순수미술작가들과 다양한 협업 전시도 열었다. 두 디자이너의 의상 작품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화려하고 아름답다.
지금 입고 있는 이 옷 한 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정성과 열정이 담겨 있는 것일까. 예쁜 옷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디자이너.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의 옷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류회사와 직원. 그리고 떨어진 단추를 실로 꿰매어 주신 어머니의 정성까지도 이 옷 한 벌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섬유도시 대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지역의 기반산업이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중추 역할을 했던 섬유 산업과 그 원동력이 된 대구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대구섬유박물관이 시민들에게 소중한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