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과 바늘, 천으로 표현한 삶의 얘기…갤러리분도 ‘서옥순 전’ 매일신문 2023-0524
‘오마주 투 박동준’ 기획전시 네 번째 평면·설치 작업 선보여…6월 9일까지
‘오마주 투 박동준 2023-서옥순 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분도 전시장 전경. 갤러리분도 제공
‘오마주 투 박동준 2023-서옥순 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분도 전시장 전경. 갤러리분도 제공
갤러리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가 ‘오마주 투 박동준 2023-서옥순 전’을 열고 있다.
‘오마주 투 박동준’ 기획전시는 (사)박동준기념사업회가 갤러리분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을 초대하는 전시다. 네 번째 주인공인 서옥순 작가는 독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2007년 ‘존재’를 주제로 한 평면과 설치 작업을 갤러리분도에서 선보인 바 있다.
서 작가는 물감과 붓 대신 실과 바늘을 재료로, 바느질을 통해 삶의 고통을 자기성찰로 이어가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인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여성의 보편적인 문제로, 나아가 인간 내면의 투시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그 내용을 넓혀나간다. 특히 팬데믹 이후 멈춰버린 세상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작업세계는 더욱 집단적이고 공통적인 얘기로 확장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오른편 공간에 높이 3m, 폭 60cm 가량의 망사천 여러장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흰색 망사천 위로는 검은 실 드로잉으로 고(故) 박동준 디자이너의 모습을 연출해 ‘오마주 투 박동준’이라는 기획전의 의미를 보여준다. 또한 단색으로 마감된 화면 위로 일정한 굵기의 선이 얽힌 캔버스 작업은 뭉치고 풀림을 반복하며 묘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삶의 여정 속 인간의 욕구와 허상, 눈물 등 복잡한 감정들을 단순하고 압축된 조형언어로 나타내는 것.
또다른 평면 작품은 볼륨감 있는 캔버스에 뜨개질 매듭을 올려 촉각적 질감을 극대화했다. 작가는 “살아가는 동안 내게 닥친 수많은 미션들을 실매듭처럼 하나하나 풀어간다. 때로는 이것과 저것을 이어가며 고통과 망각, 그것을 초월한 현재를 살아가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갤러리분도 관계자는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들은 이전 작품보다 더욱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희망적인 시선의 작품들”이라며 “우리의 인생을 실로 한 땀 한 땀 표현해낸 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9일까지. 053-426-5615.
매일신문
이연정 기자 lyj@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