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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영남일보] <자유성> 진정한 친구2020-11-13 16:47
작성자 Level 8

<자유성> 진정한 친구 

영남일보 2020.08.14


친한 친구를 일컫는 낱말 가운데 지음이란 단어가 있다. 지음(知音)은 '음악의 곡조를 잘 안다'라는 의미다. 지음은 중국 춘추시대 백아와 종자기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거문고의 명수인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가장 잘 알아들었던 이는 바로 친구인 종자기다. 백아의 연주만 들어도 연주장소까지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에 지음이 서로를 알아주는 친한 벗을 뜻하게 됐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로 키우는 데는 두 친구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폴 앨런과 스티브 발머다.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맨손으로 컴퓨터사업에 뛰어든 것은 고등학교 때 친구인 폴 앨런 때문이었다. 폴 앨런이 우연히 봤던 '파퓰러 일렉트로닉스' 표지사진이 그들의 운명을 바꿔놨다. 두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창업했다. 빌 게이츠는 2000년 최고경영자 자리를 친구인 스티브 발머에게 넘겨줬다. 스티브 발머는 2014년까지 최고경영자로 있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적인 회사로 키웠다.

진정한 친구는 서로의 능력을 알아주는 차원을 넘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친다. 상대의 역량을 키워주고 사랑도 충만하게 해준다. 나아가 사회에도 긍정적 작용을 한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대구패션계 1세대 디자이너 고(故) 박동준의 뜻을 기리기 위한 <사>박동준기념사업회가 지난 5월 발족했다. 박동준의 평생지기인 윤순영 전 대구 중구청장이 기념사업회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초대이사장까지 맡았다. 윤 이사장은 패션은 물론 문화예술, 사회봉사에 평생을 몸 바쳐온 친구의 아름다운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미 '박동준상'을 제정해 오는 11월 시상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역사를 통해 살아생전보다 사후 명성이 더 높아진 이들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살았을 때 단 1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던 고흐가 그랬고, 영화 3편만 남기고 24세에 요절한 제임스 딘도 마찬가지였다. 박동준 역시 그 길을 밟을 듯하다. 진정한 친구가 그 길을 만들고 있다. 


김수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