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준 아름다운가게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영남일보 2018-06-15
“대구·경북 5개매장서 나눔과 순환…기부·활동천사들 보면 저절로 힘 나”
아름다운가게 대구경북본부 박동준 공동대표가 아름다운가게 수성점에서 판매하는 과자의 좋은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공동대표가 아름다운가게 수성점에서 판매하는 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대구경북본부에서 주관한 행사에 참여한 박 공동대표.
박동준 아름다운가게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66·패션디자이너)는 40대에 들어서 한 가지 다짐한 게 있었다. 나이 쉰이 넘으면 봉사를 많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친한 친구(윤순영 대구 중구청장)가 봉사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한국생명의전화에서 봉사활동을 하길래 저도 따라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 당시 패션디자이너로 왕성히 일하던 때라 봉사활동을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아쉬움을 몇몇 봉사단체에 후원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우연찮게 박원순 서울시장(그 당시는 변호사였다)을 윤순영 청장과 함께 만날 기회가 있었고 아름다운가게 이사장이었던 박 시장이 윤 구청장에게 대구경북 공동대표를 맡아 달라 제안했다. 그 당시 윤 청장은 이상화기념사업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었던 터라 아름다운가게의 공동대표까지는 맡기가 힘들다고 사양했었다. 이를 보고 자신이 그 대표 자리를 자처했다. 물론 그 당시도 무척 바빴지만 제대로 된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친한 친구인 윤순영 중구청장 따라 봉사 시작 박원순 서울시장 만남통해 아름다운가게 인연 평소 제대로 된 봉사활동 욕심, 공동대표 맡아 나눔보따리·교복장터·장애아동지원 벼룩시장 지난해 대구·경북 1만9천명 70만점 물품 기증 지역본부 1호 매장 수성점, 많은 분들이 도움 줘 패션 일 하며 생긴 재고품 기증, 지인들도 동참 매년 경매 통해 수익금…대구경북 차별화 행사 싸고 질좋은 물건 사고 기부도 참여 ‘일석이조’ 봉사는 시간과 돈이 아닌 마음에서부터 시작 “박 시장이 자신이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을 읽어보라며 주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난 뒤 공동대표를 맡아서 봉사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그 당시 박 시장은 ‘1% 나눔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의 상임이사였는데 이 책을 통해 ‘돈 버는 방법’이 아닌 ‘돈 쓰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들의 사례와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퍽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는 나눔과 순환의 생활문화 확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친환경적이고 나눔지향적인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이런 목표 아래 2002년 서울 안국점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매장을 오픈해 현재 111곳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경북본부는 2004년 4월 대구 수성점을 시작으로 남산점, 월성점, 칠곡점, 경북 구미인동점 등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상근하는 간사를 제외하고 공동대표인 저를 비롯해 본부장(박상규), 활동천사, 기증천사 등 대부분이 자원봉사로 참여합니다. 활동천사는 가게 운영에 참여하고 기증천사는 물품을 기증합니다. 구매천사도 있는데 아름다운가게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으로, 이런 분들의 협조로 수익금을 모아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있지요.”
아름다운가게가 하는 일은 많다. 저소득 조손가구 및 홀몸 어르신에게 생필품을 나누어주는 나눔보따리사업, 교복나눔장터를 개최해 모인 수익금으로 저소득 청소년에게 교복을 지원하는 교복지원사업, 어린이벼룩시장을 통해 모인 기부금으로 장애아동의 나들이를 지원하는 장애아동지원사업, 매장 운영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희망나누기사업, 해외나눔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대구경북본부 5개 매장을 통해 1만9천명이 70만점 정도의 물품을 기증했습니다. 이를 판매한 수익금과 기부금이 7천만원 정도였으며 매장 운영과 나눔사업에 사용했습니다.”
박 공동대표는 이 말 끝에 “대구경북본부 1호 매장은 동아쇼핑 8층에 처음 마련(수성점으로 이전)했는데 이때 매장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백화점에서 배려해주고 그 이후에도 지역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매장을 늘리고 지금까지 잘 운영해올 수 있었다”며 그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매장이 늘어나면 관리해야 할 일도 많아지기 때문에 바쁜 그로서는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고달픈 몸을 이끌고 매장을 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매장에 들어서서 자원봉사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매장에서 물건 사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그간의 피로가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릅니다. 저도 모르게 매장 이곳저곳을 돌며 자원봉사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활동천사인 그분들이 정말 천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사들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니 어떻게 제가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는 40년 가까이 패션 일을 하면서 늘 재고 때문에 골치를 앓았는데 이런 재고를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것 또한 큰 보람이었다고 했다.
“처치 곤란인 재고들을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함으로써 의미 있게 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운영하던 패션매장의 재고를 기증하다가 제가 안 입는 옷이나 안 쓰는 물품을 기증하면서 주위의 아는 분들에게도 기증천사로 활동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기증천사들이 결국 구매천사가 되더군요. 물론 저도 아름다운가게에서 책·식품 등 필요한 물품을 구매합니다.”
박 공동대표는 대구경북본부의 차별화된 행사로 매년 여는 경매를 꼽았다. 경매 때는 그의 지인들이 주로 물품을 기증하는데 명품 가방이나 옷 등도 있어 판매수익금이 제법 많다. 지난해 말 경매에서는 580만원 정도가 모였다.
“보통 남이 쓰던 것을 잘 안 쓰려 하는데 아름다운가게에 오면 쓸 만한 것이 진짜 많습니다. 물품의 가격이 아주 저렴하니 가정경제에 도움을 주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소비가 가능해집니다. 가족단위로 오는 분들도 많은데 아이들에게 재활용, 환경, 나눔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만들어주지요.”
그는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하면서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의 형편이 어려운데도 물품을 기증해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직장생활 등으로 바쁜데도 매장 운영 등에 봉사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봉사는 시간·돈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란 사실을 재확인합니다.”
인터뷰하는 날, 30℃가 웃도는 더위였는데 아름다운가게 수성점 매장에서 봉사자들과 함께하는 그의 모습에서 평상시와는 또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매장을 돌아보며 일일이 설명을 해주고 제품의 장점을 열거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봉사가 가진 큰 힘이 전해졌다.
글=김수영기자 사진=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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