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스크 영남일보 2020.11.03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는 바이러스 차단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을 막아주는 일등 공신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양한 마스크들이 나오고 있다. 실용성은 물론 정성, 미적 감각까지 갖춘 마스크도 있다. 재봉틀로 직접 만든 마스크, 예술가의 작품을 활용한 마스크 등 다채롭다. 외국에서도 색다른 마스크의 인기는 뜨겁다.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기념품점에서는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를 활용한 마스크를 선보였다. 꽃 그림의 대가 암브로시우스 보스카르트의 정물화를 담은 마스크, 미국 인상주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의 꽃 마스크, 칸딘스키의 기하학적 작품을 활용한 마스크도 나왔다.
대구에서도 최근 예술 마스크가 선보여 주목받았다. 지난 9월 갤러리분도에서 1년 전 타계한 패션디자이너 박동준을 회고하는 'Homage to 박동준'전을 열었던 서양화가 이명미의 작품으로 만든 마스크다. 이 마스크는 박동준 선생과 생전에 깊은 인연을 맺었던 이명미 화가의 진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박동준 선생은 이명미 화가의 작품을 대단히 아껴서 의상 제작에 여러 차례 활용했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또 다른 마스크가 있다. 광주의 한 구청에서는 청각장애인과의 원활한 민원 응대를 위해 민원실 직원들이 입 모양이 보이는 립뷰마스크를 썼다. '립뷰마스크'는 말 그대로 입이 보이는 투명마스크다. 수어뿐만 아니라 입 모양과 표정을 보고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마스크다.
코로나로 마스크가 선택이 아닌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보건용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묻어나면서 패션 감각까지 드러내는 의미 있는 마스크가 나와서 반갑다. 한 기업에서 최근 코로나와 관련한 백일장을 열어 화제가 됐다. 우수상을 받은 시 '고마운 마스크'의 한 구절이 눈길을 끈다. '처음엔 익숙지 않은 불편함으로/ 답답했던 너였는데…너를 쓰고 보니/ 거친 내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며 마스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마운 마스크에 따스함까지 더했다. 더 귀할 수밖에.
김수영 논설위원 |